1. Home
  2. 일본섹스잡학
  3. 얼굴을 밟히고 난 후

얼굴을 밟히고 난 후

솔직히 말하면, 나는 발 페티쉬가 없다. SM 성향도 없다. 누군가에게 짓밟히는 걸 상상해본 적도 거의 없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후미카츠>에서 느낀 그 묘한 느낌의 정체가.  여자가 내 얼굴이나 몸 위에 발을 올렸을 때, 분명히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감각이 스쳤다. 강렬하다기보다는, “어?” 하고 고개가 살짝 기울어지는 느낌에 가까웠다.집에 돌아와서 한참을 생각했다. “이게 뭐지?” “내가 몰랐던 취향이 있었던 건가?”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니, 그건 ‘취향’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뭔가 어긋나 있었다. 이상했던 건 행위가 아니라, 상황이었다. 돌이켜보면 자극적인 건 사실 별로 없었다. 여자가 옷을 벗는 것도 아니다. 그녀와 직접적인 섹스행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발로 대딸을 쳐주는 마지막 순간이 있긴 하지만 다른 풍속업소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비하면 이건 대단히 라이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느꼈던 묘한 흥분. 그건 어쩌면  평소와 너무 다른 상황을 경험하는데서 오는 쾌감이 아니었을까?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뭘 말해야 할지도 주도권을 잡을 필요도 없었다. 그냥 거기 있으면 됐다. 이게 생각보다 낯설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밟힘’이 묘했던 이유, 그것의 핵심은 핵심은 발도 아니고, 짓밟는다는 행위도 아니었던 것 같다. 위치가 완전히 뒤집힌 상태가 주는 낯섬.  늘 위에 있거나, 적어도 같은 선에 서 있던 내가 아주 분명하게 ‘아래’에 놓여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게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여기서 느껴지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는 기분. 

그런 생각이 스쳤다. 이건 흥분이라기보다는 ‘각성’에 가까운 느낌이 아닐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적 흥분이랑도 좀 다르다. 욕망이 치고 올라온다기보다는 평소에 안 쓰던 감각이 갑자기 켜진 느낌. 갑자기 조명이 바뀐 방에 들어온 것처럼 짧고, 선명하고, 약간 낯설었다.

이게 앞으로도 내 취향으로 이어질까? 그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그녀의 발바닥과 발가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꽈추가 불끈불끈 서거나 하지는 않을게 분명하다. 하지만 묘한 기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여기서 다시 생각하는 것 하나.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상황 의존적이라는 것. 특정한 취향이 없어도 익숙한 역할이나 위치에서 벗어나면 특별한 감각이 발생한다는 것. 후미카츠는 그런 느낌을 주었다. 따지고 보면 내 얼굴을 짖밟았으니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라고 말해야 하는데 말이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