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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내 일본 거점은 아사쿠사

작년에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 수가 88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올해 안에 거의 1천만 가까운 숫자가 찍히지 않을까 싶다. 한때 잠깐 1000원을 돌파했던 엔화도 900원대 초중반으로 다시 내려앉았으니 이런 트렌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880만이라는 숫자에 10 정도는 더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과 한국 사이를 오가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거의 매달 일본행 비행기를 타야하니 어쩔 수 없다.

이제까지 나의 주된 일본 거점은 아키하바라였다. 오타쿠와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신주쿠와 혼고, 긴자쪽으로 움직여야 하는 내 동선을 봤을 때 아키하바라만큼 편리한 곳도 없었다. 그 곳에서 내가 제일 애용했던 호텔이 <비아인 아키하바라 (ヴィアイン秋葉原)>였다.

전철역에서 가깝고 방도 깨끗하고 프로모션이 있을 때면 아침 뷔페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아침 메뉴도 충실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이 호텔은 특이하게도 욕실에서 밖을 내다 볼 수 있는 큰 창이 나 있는데 목욕물 받아서 욕조에 들어 앉아 창 밖을 내다 보고 있으면 맥주 생각이 절로 난다.

도쿄 시내가 지금처럼 관광객들로 넘쳐나지 않았을 때만 해도 <비아인 아키하바라>는 극강의 가성비 호텔이었다. 성수기와 주말만 피한다면 4-5,000엔대의 가격이 보통이었다. 지금은 10,000~12,000엔대가 베이스라인인 것 같다. 주말과 성수기는 훨씬 더 비쌀 것이고. 하지만 아키하바라역 근처에서 또 다시 호텔을 잡아야 한다면 <비아인 아키하바라>가 여전히 내 마음 속 1순위 선택지다.

이렇게 아키하바라를 사랑하던 내 맘을 단번에 바꾼 곳이 바로 아사쿠사다. 아사쿠사는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가보는 유명 관광지이기 때문에 나 역시 관광삼아 센소지 절이나 그 앞에 길게 늘어선 상점가에 가본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아키하바라나 신주쿠쪽에 숙소를 잡는 게 훨씬 더 편리하기도 했고 아사쿠사는 그냥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라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사쿠사에 숙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순전히 요시와라 때문이었다. 요시와라에 간다면 저녁때 외는 시간이 없을텐데 침대 위에서 2시간 진을 빼고 난 밤시간에 전철을 타고 다른 곳에 있는 호텔까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엄두가 안났던 것이다. 요시와라에서 놀아보겠다면 일단 아사쿠사에서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호텔을 찾았는데 의외로 괜찮은 곳이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아사쿠사에서 발견한 나의 새로운 아지트는 <아사쿠사 리치몬드 프리미어 인터내셔널> 호텔. 아사쿠사 돈키호테 맞은 편에 커다란 유니클로 매장이 있는 큰 빌딩이 있는데 이 건물의 5층부터가 <아사쿠사 리치몬드 프리미어 인터내셔널 호텔>이다. 일단 공항에서부터 가기가 편하다. 나리타공항이든 하네다 공항이든 마찬가지다. 공항 터미널 1층에 도쿄 시내로 가는 리무진 버스 티켓을 파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아사쿠사행 버스 티켓을 산다. 이 버스의 종점이 <아사쿠사 뷰 호텔>인데 여기서 큰 길 건너 5분만 걸어오면 <아사쿠사 리치몬드 프리미어 인터내셔널 호텔>이다. 공항으로 갈 때도 이곳에서 버스를 타면 바로 내가 원하는 공항 터미널까지 직통으로 갈 수 있다.

이 호텔 역시 가성비 좋다고 말할 수 있다. 7월말인데도 불구하고 1박에 10만원 정도에 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텔 시설이나 주변 환경은 그 가격 이상이었다. 아사쿠사 돈키호테앞 길거리가 보이는 객실 뷰는 평범하지만 5층 프론트나 각층 복도에서 보이는 센소지 뷰는 대단히 훌륭했다. 방도 깨끗하고 직원들도 매우 매우 친절하다. 조식 뷔페의 가격이 3,000엔이라는 게 조금 비싼 듯 하지만 메뉴의 맛과 퀄리티는 괜찮은 편이었다. 그리고 5층 식당 앞에 커피머신이 있어 밤 10시 전까지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커피맛이 아주 좋다.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나로서는 이 무료 커피만으로도 숙박비의 본전을 뽑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호텔 바로 옆이 센소지이고 상점가 아케이드이기 때문에 맛있는 식당이나 술집도 많고 아침이나 저녁에 산보하기도 좋다. 게다가 근처에 커다란 강이 있기 때문에 도쿄의 다른 지역보다 선선한 바람도 자주 불고 시원한 것도 아사쿠사만의 매력이었다.

도쿄의 거점을 아키하바라에서 아사쿠사로 쉽게 옮길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호텔 바로 앞에 츠쿠바 익스프레스 아사쿠사역이 있기 때문이다. 츠쿠바 익스프레스는 이바라키현의 츠쿠바에서 아키하바라까지 가는 사철인데 아사쿠사역에서 아키하바라까지는 겨우 두 정거장. 아키하바라까지 가는 길이 편하다는 것은 도쿄에서의 내 동선 역시 편해진다는 것 의미한다. 굳이 아키하바라를 거치지 않아도 호텔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히비야선 아사쿠사 지하철역이 나오는데 여기서 지하철을 타면 신주쿠나 긴자까지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요시와라 때문이다. 기분 좋은 섹스를 마치고 난 후엔 노곤해져서 잠이 오는 체질인지라 밤 시간에 요시와라에서 플레이를 마치고 다리에 힘이 풀린 상태에서 다른 동네에 있는 호텔까지 전철을 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일단은 호텔이 요시와라에서 가까워야만 했다. 지난번 포스트에서도 몇번이나 얘기한 적이 있지만 아사쿠사역에서 전화를 하면 대부분의 업소에서 차를 보내 업장까지 실어다 준다. 그렇지 않은 업장도 있지만 상관없다. 아사쿠사 리치몬드 프리미어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요시와라의 중심지까지는 걸어서 겨우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잠깐만 산보하는 기분으로 걸어나가면 요시와라까지 금방인 것이다.

아사쿠사에서 요시와라까지 가는 길 역시 상점가로 이어져 있는데 인도에 지붕이 설치되어 있어서 비가 오는 날이나 햇빛이 뜨거운 날에도 걸어가는 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업장으로 올 때 차량 마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업장이라도 플레이를 마치고 돌아갈때는 전철역까지 차로 태워주는 경우가 많다. 업장에서 전철역까지 가는 건 외국인 손님이라 해도 커뮤니케이션에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차를 얻어탄다면 호텔로 더 빨리 돌아올 수 있다. 격렬한 섹스를 즐긴 후에 뜨거운 목욕, 시원한 맥주 그리고선 알몸 상태로 침대 위에 뻗어버리는 것. 남자에게 이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아사쿠사가 최고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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