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나 일본 약국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중에 에비오스라는 게 있다. 아사히 식품그룹에서 만드는 일종의 건강보조제로 맥주효모를 주재료로 쓰고 있다. 수퍼드라이로 유명한 아사히 맥주에서 생맥주를 생산하고 난 뒤 필터에 걸러진 맥주효모를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만들어 낸게 에비오스라고 한다. 에비오스의 본래 용도는 소화불량 개선, 장기능 안정등이지만 돈키호테에서 에비오스를 집어드는 한국 남자들은 사실 다른 속셈을 갖고 있다. 에비오스를 먹으면 정액량이 늘어난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정액량에 가장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임신을 생각하고 있는 예비 아빠들일 것이다. 아내의 깊은 곳에 최대한 많은 정액을 쏟아내서 임신의 확률을 높이고 싶은데 간단하게 하루 몇알씩 집어 먹는 영양보충제 만으로 정액이 늘어난다고 하니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임신을 생각하지 않는 섹스라이프에서도 정액량은 중요하다. 남자가 느끼는 오르가즘의 완성이 사정이기 때문이다. 여자의 음부를 파고들던 귀두끝의 감각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 페니스 깊은 곳에서 폭발하듯이 정액이 뿜어져 나갈때의 분출감을 느낄 때 남자는 육체적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되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일에. 치이고, 피곤에 절어서 살다 보면 어느새 정액량을 줄어들고 여자의 음부 속에 강렬한 물줄기를 서너번씩 내뿜고 난 후에 느끼는 짜릿한 아득함 대신 잔뇨같은 찔끔거림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에비오스였다.

에비오스를 먹으면 정액량이 늘어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대충 10여년 전부터다. 일본 아마존에서 에비오스를 먹고났더니 정액이 늘어난 것 같다는 후기가 올라오면서 한국 남자들도 에비오스에 뜨거운 눈길을 보내게 된 것이다. 성분을 놓고 보면 에비오스가 정액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성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비타민 B, 아연 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내 친구 중 하나도 에비오스를 아주 신봉하는 녀석이 있다. 정액이 줄어서 사정감이 신통찮았는데 에비오스를 먹고 눈에 확 띌 정도의 효과를 느꼈다는 것이다. 에비오스는 작은 알갱이를 한번에 10알 정도를 먹게 되어있는데 친구 말로는 먹기 시작한 지 2주일 정도 지나서부터 정액의 양이 늘어났다는게 확실하게 느껴졌다는 것. 특히 사정을 하는 순간 귀두 끝에서 “푸악!”하고 물줄기를 뿜어내는 느낌이 생겼을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에비오스를 먹은지 5-6년이 지난 지금은 옛날만큼의 강렬한 효과는 없는 것 같다는게 친구의 또다른 증언. 하지만 에비오스를 안먹었으면 지금보다도 정액량이 더 줄어들었을 거고 사정할 때의 느낌은 더 안좋았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매일 에비오스를 잊지 않고 먹는다고.

친구 녀석의 간증때문에 나도 한때 에비오스를 먹어 본 적이 있다. 두달 정도 먹어봤는데 내 경우엔 효과가 별로였다. 정액이 늘었다는 느낌도, 분출감이 더 세졌다는 느낌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사정량을 좌우하는 건 에비오스가 아니라 물이었다. 섹스를 하기 전날에 물을 많이 마신 경우엔 만족스러운 양의 정액이 나오는데, 전날에 운동을 많이하거나 땀을 많이 흘린 후에 수분 보충을 제대로 해주지 않은 경우엔 정액의 양이 줄었음을 느낀 적이 많았다. 그래서 매일 2리터 정도의 물을 충분히 마시는 걸로 나의 정액양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에비오스 덕분에 정액이 늘었다고 간증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에비오스를 둘러 싼 소문이 거짓은 아닌 듯. 플라시보 효과도 어느 정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에비오스가 몸에 잘 듣는 체질인 사람도 있을테니까. 나는 하필이면 에비오스가 잘 안듣는 체질이라 안타깝긴하지만 에비오스보다 더 값싼 물일 잘듣는 체질이니 앞으로도 물이나 열심히 마셔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