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솟아난 궁금증. 도쿄에는 소프랜드가 몇개나 있을까?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답이 있었다. 도쿄 도내에는 총 158개의 소프랜드가 있다고 한다. 소프랜드의 성지인 요시와라에 125개가 몰려 있고 이케부쿠로에 14개, 신주쿠에 10개, 시부야에 1개, 고마고메에 1개, 오오츠카에 1개, 가메아리에 1개, 고탄다에 1개, 아사쿠사에 1개, 기치죠지에 1개, 히가시후츄에 1개, 하치오지에 1개.

<요시와라의 소프랜드 안내도>
이게 많은 숫자일까 적은 숫자일까? 도쿄 도내에서 허가를 받은 풍속점, 그러니까 므흣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의 수는 총 4047개다. 여기서 158이라고 하면 비율로는 3.9%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지상으로는 소프랜드가 일본유흥을 대표하고 있지만 실제 수로는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쿄 유흥의 대장주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데리헤루다. 점포수가 무려 3,141개나 된다. 사실상 도쿄 유흥업소의 거의 대부분이 데리헤루인 것이다. 데리헤루는 딜리버리 헬스를 일본식으로 줄인말이다. 뜻으로만 놓고보면 건강을 배달하는 서비스인데 무슨 종류의 건강인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데리헤루에 비해 소프랜드의 수는 왜 이렇게 적은 것일까? 거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영업허가의 제한이다. 소프랜드처럼 플레이룸을 갖춘 업장이 있는 업소를 <점포형성풍속특수영업1호>라고 부르는데 2016년 일본정부가 이런 업소들을 대상으로 하는 풍속영업법에 새로운 규제 사항을 추가해버린다. 이제까지 풍속점이 없었던 장소에 새로운 풍속점을 신규 오픈 하는 것을 금지시켜 버린 것이다. 이전에도 풍속점을 새로 오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학교, 도서관, 아동시설의 반경 200m 이내에서는 풍속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풍속점을 열 수 있는 위치 자체가 제한적이었는데 2016년에 법을 개정해서 아예 대못을 박아버린 것이다.

누군가 소프랜드를 새로 열고 싶다면 기존의 소프랜드의 영업권을 인수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새로운 장소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 소프랜드를 여는 건 불가능하다. 앞선 포스트에서 얘기했던 소프랜드들의 건물이 낡은 이유도 이 규제조항 때문이다. 아무리 낡아도 기존의 소프랜드 건물을 헐고 다시 지어서는 안된다. 한번 헐게 되면 기존의 풍속업소였던 장소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곳에 새건물이 들어선다 해도 소프랜드를 다시 열수 없게 된다.

여기에 풍속영업법에는 풍속 업소가 동일성을 유지해야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 때문에 기존의 업소들은 대대적인 설비나 구조 변경을 못하고 있다. 업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소소한 인테리어 변화 정도가 고작이다. 만일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면 구조나 설비가 통째로 바뀌기 때문에 ‘동일성을 유지해야한다’는 허가조건을 위반하게 된다.
일본 정부가 이런 규제조항을 만든 것은 소프랜드같이 규모가 큰 점포형 풍속업소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때문에 일본에서 점포형 풍속업소의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2018년 일본 전국에 있는 풍속업소의 수가 86,360개였는데 2022년에는 그 수가 78,934 개로 7000개가 넘게 줄었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섹스 산업의 씨를 말리려고 이런 법을 만든 것일까? 그건 또 그렇지가 않다. 이른바 풍속업이라고 불리는 섹스 산업 자체는 합법이다. 성기삽입과 인신매매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점포형 풍속업소에 대해서만 이렇게 엄격한 규제를 하는 건 일본 사회가 풍속업계에게 “섹스로 돈을 버는 걸 갖고 뭐라하지는 않겠다. 대신 눈에는 띄지 마라.”라는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7년 매춘방지법을 만들 때도 그랬다. 서구사회가 일본을 향해 매춘국가라고 손가락질하는게 부담스러웠고 도쿄 올림픽을 통해 정상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도 업소들은 안보이는 곳으로 사라져줘야 했다.
그 결과 지금 일본 풍속업계는 비점포형 풍속업소의 전성시대다. 도쿄에만 3000여개가 넘는 데리헤루 업소가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데리헤루는 전화로 예약을 받아 손님이 있는 위치까지 아가씨를 딜리버리하는 서비스로 점포 따위는 필요없는 업종이다. 당연히 눈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섹스를 팔고 있다. 마치 성매매라는 말을 풍속이라는 단어로 가려놓은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