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일본 정부가 매춘방지법을 제정한 건 국제적 사회적 압력때문이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일본을 점령하고 있던 연합국 최고사령부가 당시 미군들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던 일본의 성매매 시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데다 성매매 업소의 영업에 야쿠자등이 관여하면서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도 당시 일본 사회의 고민거리였다. 결국 1964년 도쿄 올림픽을 통해서 국제사회에 복귀하고자 했던 일본 정부는 매춘국가라는 이미지를 벗기위해 매춘방지법이라는 법을 제정하게 된다. 이전 포스트에서 얘기했던 요시와라 같은 유곽들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 게 바로 이때였다. 하지만 이 매춘방지법에는 결정적인 구멍이 하나 있었다. 그건 매춘의 정의를 “돈을 받고 성기를 결합하는 행위”로 규정했다는 거다. 바꿔말하면 성기가 아니라 손이나 입만 쓴다면 이 법을 피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소프랜드는 바로 이 구멍을 따라 태어난 섹스산업이었다.
소프랜드의 전신은 ‘도루코유(トルコ湯)”’라고 불리는 목욕 서비스업이었다. 도루코는 터키, 유는 따뜻한 물 혹은 목욕탕이라는 뜻이니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터키탕인 것이다. 물론 이름이 이렇게 붙었을 뿐 터키와 터키탕은 사실 아무런 상관도 없다.
195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이 업소의 표면적인 서비스는 목욕하러 온 손님에게 여성 보조원이 몸을 씻겨주는 것이었다. 우리 식으로 얘기하자면 목욕탕에서 세신사가 때를 밀어주는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위의 사진에서도 보이지 않는가? 보조원의 옷차림새가 상당히 므흣하다는 거. 여자의 손길이 몸에 닿으면 남자들은 흥분하게 되어 있고 어떤 형태든 마무리까지 기대하게 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터키탕의 서비스는 성적인 부분까지 이어지게 된다. 성기의 결합만 없다면 헐벗으 여자가 남자의 몸에 무슨 짓을 하든 법망은 피해갈 수 있었다. 게다가 목욕탕엔 벌거벗은 남녀 단 둘이만 있다. 둘이서 몰래 성기를 결합했는지 손가락을 결합했는지 밖에 있는 사람들이 알 길이 없다. 결국 터키탕은 암암리에 마지막 섹스까지 이뤄지는 서비스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1980년대 초, 일본에 거주하던 터키 출신 유학생이 방송 인터뷰에서 “터키탕이라는 표현이 터키인으로서 수치스럽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데 이게 사회 문제가 되는 바람에 터키탕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 역시 강남의 호텔 등지에서 영업하던 터키탕의 이름을 증기탕으로 바꾸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터키 대사관에서 항의를 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케이스라고 한다.
하여간 일본의 터키탕 업계는 새로운 이름이 찾아야 했는데 이때 고심끝에 만들어진 명칭이 바로 소프랜드였다. 직역하자면 ‘비누의 나라’라는 다소 생뚱맞은 네이밍이었지만 나름 터키탕의 속성을 잘 나타낸 작명이었고 1984년에는 터키탕을 대신하는 공식적인 명칭으로 일본 사회에 자리를 잡게 된다.
1980~1990년대 버블 경제 시기는 소프랜드의 황금기였다. 소프랜드의 요금이 대충 우리 돈으로 5~60만원 정도는 하니 결코 싼 유흥이 아닌데 당시는 지나가던개도 1만엔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던 시대였다고 하니 조금만 여유가 생겼다하면 남자들은 소프랜드를 찾았다. 요코하마,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그리고 가나가와현의 ‘가와사키’가 일본 5대 소프랜드 지역으로 손꼽혔는데 그때는 소프랜드끼리의 경쟁도 치열해서 손님이 예약하면 혼다 NSX같은 고급차로 손님을 마중 나가는 서비스까지 해 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19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이 터지고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면서 소프랜드도 활기를 잃어버리게 된다. 기본적으로 소프랜드가 업태 자체가 고급 성매매라서 경기가 침체되면 남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그만큼 손님이 줄어 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소프랜드에서 사실상 성기결합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에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규제를 만들어서 소프랜드를 괴롭혔다. 대표적인 게 건물의 개증축을 금지하는 것과 신규업장허가를 안내주는 것이다. 덕분에 지금은 오사카 쪽에선 소프랜드가 아예 없어지다시피 했고 도쿄 쪽도 요시와라나 가나가와의 가와사키 이외의 지역에서는 소프랜드 업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데리헤루나 호테헤루같은 업소들도 소프랜드에게는 큰 위협이다. 여기도 표면적으로는 합법적인 유사성행위 서비스 업종을 표방하고 있지만 손님의 집이나 호텔방으로 여자가 찾아가서 서비스 하는 형태기 때문에 암암리에 섹스 서비스가 이뤄지는 건 소프랜드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요금까지 싸니 소프랜드로서는 경쟁이 힘들 수 밖에. 여기에 코로나 19이후 줄어든 손님이 여전히 돌아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프랜드 업계는 지금 벼랑끝에 내 몰려 있는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분위기가 외국인인 우리들에게는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일본 성매매 업소들이 외국인에 대해서 엄청 배타적이었다. 한국 남자들, AV보면서 일본 여자와 한번쯤 섹스를 해보고 싶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엄청 많다. 하지만 정작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돈을 준다고 해도 업소에서 받아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외국 손님들을 환영하는 소프랜드 업장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때문이다. 사실 외국인들에게 소프랜드처럼 편한 시스템도 없다. 데리헤루같은 경우는 일본 휴대전화가 없으면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하니 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 넘기 힘든 벽 중에 하나다. 하지만 소프랜드는 간단하다. 그냥 업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곳이 외국인 손님 오케이인지 아닌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런 정보는 나이트로버 블로그만 들어오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이제부터 내가 일본 유흥업소에서 겪은 경험담을 이 블로그에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풀어놓을 생각이기 때문이다.